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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힙합의 역사

[칼럼] 쇼미더문화 - ① 힙합의역사 프롤로그


Prologue


필자가 처음 힙합이라는 음악을 접했던 건 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92년입니다. 그 첫 곡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의 한국 가요계는 댄스 음악과 발라드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고, 그룹을 이룬 아이돌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길 기다리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라는 곡의 장르는 댄스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확한 기준이 없었기에 힙합이 눈앞에 있어도 힙합을 못 알아봤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난 알아요'가 힙합 장르로 분류되어있지 않아서 섭섭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본격적으로 힙합 음악을 찾아 들었던 건 중학교 1학년 때인 1997년부터입니다. 1997년은 West coast의 거장 아티스트인 투팍 아마루 샤커(Tupac Amaru Shaker)가 총격을 당해 사망한 다음 해이기도 합니다. 저희 세대는(현 30대) 힙합이라는 문화를 소비하기에 약간은 늦은 세대이기도 하고, 딱 알맞은 세대이기도 합니다. 투팍이 사망한 후 저흰 본격적으로 문화를 소비하는 학생이었고, 지금은 아이 하나, 둘은 들처업고 40대의 문을 여느라 바쁜 세대이니 말입니다.


음악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습니다. 주류 문화의 아래쪽에 서 있는 하위문화(Subculture)가 많은 사람 입에 오르내리기까지 그 문화를 이루는 사람들과 바깥 고리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문화 유통자의 역할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 주류문화? 하위문화? 문화를 이루는 사람? 바깥고리 사람? 문화 유통자? 한국말인데 문장의 이해가 어려운 까닭은 각 단어들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먼저 위에 열거한 단어들의 개념을 먼저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즐기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스케이트보드 라는 문화를 예로 들어서 위에 단어들의 뜻을 알아 보겠습니다. 문화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 입니다. 문화에 대해서 더 정확히 깊게 알고 싶다면 제가 작성했던 문화 칼럼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케이트보드에 별 괌심이 없다면 그냥 스케이트 문화에 동 떨어진 사람입니다. 스케이트보드가 멋있다고 생각하고, 어릴때 한,두번 타본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바깥고리 사람입니다. 또한 스케이트보드 대회를 우연히 보고 멋있는 기술을 경험 해보고자 요즘 저렴하게 파는 ‘크루져보드’를 구입한 사람 역시 아쉽지만 아직은 바깥고리 사람입니다. 만약 '크루져보드'를 구입하고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동호회 사람들과 소통하며, 주말마다 한강으로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다니고 과거의 롱보드, 숏보드가 무엇인지 알고 이런 문화가 어떠한 계기로 생겨났는지 궁금해하고 알게된다면 그 사람은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이루는 사람입니다. 문화를 이루는 사람과 바깥고리에 속한 사람, 동 떨어져 있는 사람 이 세부류의 정확한 기준은 없지만, 해당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 들어있는 정도라면 문화를 이루는 사람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기준은 필자가 느끼고 정한것입니다. 독자들의 동의를 바랄 뿐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주류문화에서 문화를 이루는 사람에 속하는 분들도 꽤 많을 것입니다. 주류문화란 보편적으로 모두가 누리고 있는 문화를 의미합니다. 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 SNS라는 주류 문화를 이루는 사람에 속하는 사람일것이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SNS라는 것도 처음에는 하위문화에 속했습니다.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은 SNS의 조상과 같지만 모두가 필수적으로 즐기는 주류문화는 아니었습니다.


하위문화가 대중적인 관심을 받게 되면 문화는 콘텐츠라는 카테고리의 집합체가 되고 콘텐츠 생산자, 콘텐츠 소비자, 콘텐츠 유통자로 나뉘게 됩니다. 인터넷이라는 자유의 극치를 달리는 기술이 크게 발달하다 보니, 사람들은 소비자임과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쓰는 생산자이고, 커뮤니티 및 SNS를 통해 콘텐츠를 이동시키는 유통자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칼로 두부자르듯 역할을 나눌수는 없겠지만, 대다수는 소비자에 속합니다. 이것으로 위에 열거한 용어들이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는 유통자의 역할에 따라 상당한 왜곡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것도 힘을 가진 유통자라면 훨씬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유통에 관해 큰 힘을 쥐고 있는 집단의 99%는 상업주의입니다. 그들은 매거진이라는 이름으로, 평론가라는 이름으로, 문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중립을 지키는듯하나 회사이기 때문에 이익추구가 목적입니다. 즉, 돈이 되는 콘텐츠는 살리고, 돈이 되지 않는 콘텐츠는 버립니다. 회사는 당연히 이익추구가 목적인 집단입니다. 결국, 한국에서 힙합은 돈이되는 콘텐츠가 되었고 힙합은 살았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이 되는 힙합은 살렸고, 돈 안 되는 힙합은 죽었습니다"


지금 상업주의가 나쁘다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상업도 또 다른 예술의 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하위문화를 본래 향유 하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반쪽짜리 문화가 달갑지만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힙합은 자유로웠지만, 격식 있는 행위였으며, 폭력적이었지만 자애로웠고 방탕했지만, 철학적인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돈이 되고 지금은 폭력적이고 방탕하고 자유롭다 못해 멋대로인 이미지가 힙합이라고 굳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만든 것도 사실은 이익추구 집단입니다. 이는 유통자들뿐아니라 생산자들의 문제도 있습니다. 비단 한국의 현실만은 아닙니다. 외국의 힙합도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이제 힙합은 명실상부 대중음악이기 때문입니다.


음악은 음악인에 의해서 전해져야 합니다. 바깥 고리 사람들의 문화 전파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론의 여지가 있는 주장이지만 개인적으로 오랜 생각입니다. 해당 문화에 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힙합이라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애정, 넓고 깊은 이해가 있는 상태로 전파돼야 문화의 영위가 가능한 것입니다. ‘나 가수’ ‘복면가왕’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등등 각종 오디션 & 경쟁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를 노래 잘 부르는 기능인으로 이미지화시켰습니다.


더이상 가수는 감동을 주는 예술인이 아닙니다. 그저 노래 부르고 예능 나오고 광고찍고 돈 많이 버는 연예인으로 아이들은 생각합니다. 애써 만들어 놓은 아티스트의 작업물을 놓고, 그 분야에서 며칠 몇 달을 고심하는 아티스트 입장이 되어보지 못한 상태로 단순히 신보를 듣고 사운드, 가사, 기타 등등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다른것과 비교해서 해설지 마냥 적어놓은 평론은 리스너, 아티스트 두 집단 모두에게 오히려 독입니다. 자신의 개인적 감정을 토대로 선입견을 품게 할 수있는 부작용 때문입니다. 그 평론으로 이익을 챙기는 건 돈을 주고 평론을 의뢰한 기획사 대표와, 평론함으로써 금전적 이득을 본 평론가 자신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음악은 음악인에 의해서 순수하게 전해져야 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연재할 칼럼은 위에 열거한 몇 가지 문제점들을 반영하여 힙합음악 안에서도 새로운 문화의 탄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을 기준으로 정리할 예정입니다. 사실 이것을 칼럼으로 넣어야 할지 강좌로 넣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가 있을 수 있는 글이기에 칼럼으로 넣기로 했습니다.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힙합이 전부가 아닙니다. 그저 순수하게 힙합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이 변화를 개인적으로 발전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것이나 지금의 것이나 문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변화를 주도한 음악을 예로 들기 때문에 과거 상업적으로 성공한 곡들이 대다수 일것입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좋아한 음악이니까 훌륭한 음악이다! 라는 의도가 섞여 있지 않았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 칼럼을 계기로 저도 과거의 것을 한번 더 훑어보고 한 시대의 음악사를 체험해보는 좋은 공부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문화는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지고 부서질 것입니다. 몸집만 훌쩍 커버린 한국 힙합 붐은 곧 사라질 것이며 또 다른 이름의 새로운 장르 문화가 파생될 것입니다. 그러한 음악을 하게 될, 혹은 그 음악 안에서 그 문화를 누릴 우리를 비롯한 다음 세대들이 알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칼럼을 작성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이야기를 접함으로써 음악인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창작자도 새로운 창작을 위한 자극이 되길 바라는 욕심을 갖어봅니다.


● 참고문헌

[The RAP 힙합의 시대/ 시어 세라노 지음/ 윌북 출판]...[아메리칸힙합/ 김정원,김현호,박준우,심은보,이인성 공동저술/휴먼카인드북스 출판]...[힙 투더 합 힙합/ 폴 에드워즈 저 / 최경은 역 / MC 메타 감수 한스미디어]...[진실이말소된 페이지/ 손아람 지음]...[가스펠, 블루스&재즈/ Paul oliver, Max Harrisen William bolcom 공동저술]...[힙합 새로운 예술의 탄생/ 이우재 지음]...[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나/ 김봉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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